연결된 세계의 집 짓기
기후변화의 시대, 건축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민과 함께 기후 위기를 풀어가는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재)광주비엔날레와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제5차 광주폴리는 그 해답을 순환경제에서 찾는다. <순환폴리>의 기치를 내걸며 2024년 가을까지 완성되는 네 개의 광주폴리는 디자인, 재료, 공법, 시민 활동 모두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순환 과정으로 구현한다.
기후변화의 시대에는 모든 사물을 만드는 방법,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담론이 바뀌어야 한다. 전환의 과정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듯이 집을 짓는 방식을 새로 찾아나서야 한다. 지금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연구기관, 기업, 디자이너들이 순환의 세계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순환폴리>가 특별한 한 것은 친환경 지역 자원과 재활용 건축의 탐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도시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다. <순환폴리>는 순환의 건축이 실용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폴리라는 말은 서구에서 보통 “바보 같은 짓”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서양 건축에서는 정원에 세워진 장식적인 구조물을 뜻한다. 우리나라에는 서양의 폴리와 유사하지만 아주 다른 문화 양식이 있다. 바로 한국의 누정(樓亭)이다. 누정 역시 정원의 작은 건축물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기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서양의 폴리가 밖에서 바라보는 대상이었다면 누정의 핵심은 그 안의 활동이다. 여기서 친구와 동네 사람들이 모여 풍류를 즐기고, 예술을 나누고, 또 진지한 토론도 하였다. 폴리는 귀족의 폐쇄적인공간이었다면 한국의 누정은 커뮤니티의 공간이었다. 광주폴리는 도시의 누정이다. 2011년 출발 이후 도시재생에 기여하는 커뮤니티의 열린 공간을 지향해 왔다. 도시 속 군집을 이루어 기후변화와 시민 참여같은 당대의 과제를 다루는 시민 활동의 구심점이 된다. <순환폴리>는 단지 조형물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활동을 담는 공간으로 한국 누정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한다. 작지만 특별한 공간이며 참여의 장소다.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건축은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기후변화의 시대에는 집을 짓기 전에 정말 이 집이 필요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짓는 집이 보다 큰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하며 건축 실천을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 외딴 섬은 아니다. 사람은 모두 대지의 한 조각이며 이 땅의 한 부분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여는 존 던의 말이다. 생명이 사라지고 또 태어날 때 그를 위한 종소리는 우리 모두를 위해 울린다. 모든 생명체와 사물이 연결되어 있듯이 집도 외딴 섬이 아니다. 기후변화의 시대, <순환폴리>는 우리가 의식주의 고리로 엮인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배형민 제5차 광주폴리 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