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조남호 /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친환경 컨설턴트 이병호 / 한국부동산원 시공제작 수피아건축 태양광패널 고호솔라 <숨쉬는 폴리> 위치 광주시 동구 동명동 92-9 사진 캡션 조남호, 배형민
<숨쉬는 폴리>는 광주폴리 유산을 이어가면서 ‘오늘날 직면한 기후위기가 건축의 중심 과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집단 지혜로 답하며 만들어졌다. 제5차 광주폴리 배형민 총감독은 기후변화와 이동성을 과제로 제시했다. 건축가 조남호는 움직일 수 있는 건축에서 숨 쉬는 건축의 해법을 제시했다. 친환경 전문가 이병호는 건축환경계획, 시뮬레이션과 탄소 전 과정 평가를 수행했다. 제작사의 이주석은 목재의 구조 해석, 디테일, 완성품 제작까지 맡았다. 사람간의 협업과 신뢰는 이렇듯 순환한다. <숨쉬는 폴리>는 생태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설계되었다. 목재는 다공성 다발 구조의 숨 쉬는 재료이다. 목재 세포의 원리는 다공성 목구조의 구성 원리로 확장되어 숨 쉬는 외벽의 디테일을 이룬다. 간단한 직사각형 평면에 박공 지붕을 얹은 <숨쉬는 폴리>는 지붕 일부를 변형하여 에어포켓을 만들어 여기에 더운 공기를 모이게 하고, 전동창을 통해 배출한다. 땅속 2m 깊이에 50m 길이로 매설된 쿨 튜브를 통해 유입되는 땅속 공기는 실내온도를 ±5°C로 조정해 <숨쉬는 폴리>의 세부 기술을 완성했다.
조남호 /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숨쉬는 폴리>는 수피아건축의 인천 공장에서 모두 제작했다. 설계 초기에는 건축물을 요소와 부분을 해체, 운반, 조립되는 시스템을 시도했다. 하지만 조립·해체 시스템으로 활용 가능한 실내 건축 공간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일체된 구조물이지만 이동 가능한 구조물로 구현했다. 반 완성물을 현장으로 운반 후 준비된 기초 위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건축물 본체는 공장의 안정된 작업 환경에서 완성도 높게 제작할 수 있었다.
수피아건축 인천 공장에서 제작 중인 <숨쉬는 폴리> 실내. ‘숨쉬는 건축’은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현대건축의 실내 환경 계획의 논리를 뒤집는다. 건축이 숨을 쉰다는 것은 사람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듯 건물이 환경과 적극적으로 조응한다는 것이다. <숨쉬는 폴리>는 일조량과 태양 에너지 발전 효율에 따른 배치, 자연 환기가 이루어지는 실내 공간, 투습력이 뛰어난 재생 종이 단열층 등 숨쉬는 건축의 다양한 면모를 구현했다. 나무는 미세한 공극이 많은 분자구조를 지녔다. 그래서 ‘숨’을 쉴 수 있다. 그와 동시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강직한 분자 사슬을 이루는 고분자 화합물이기 때문에 비중에 비해 매우 강한 재료다. <숨쉬는 폴리>는 표준 부재 목재를 사용하여 나무의 속성을 살린 공간과 디테일을 정교하게 구현하였다.
<숨쉬는 폴리>에서 필요한 모든 전기는 건물과 일체형으로 디자인된 태양광 패널(BIPV)로 생산된다. 고호솔라와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태양광 패널을 주문 제작한 목재 틀에 내장했다. <숨쉬는 폴리>의 본체가 공장에서 제작되는 동안 광주 동명동 현장에서는 본체를 받아 줄 하부 구조 공사가 진행되었다. <숨쉬는 폴리>는 특히 지속 가능한 실내 환경 조절을 위하여 쿨 튜브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병호 박사라는 뛰어난 환경 디자인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숨쉬는 건축’의 엔지니어링이 진행되었다. 지붕 일부를 변형해 만든 에어 포켓 속으로 더운 공기를 모아 전동 창으로 배출한다. 땅속 2m 깊이에 50m 길이로 매설한 쿨 튜브를 통해 유입되는 공기로 실내온도를 ±5°C 조정할 수 있다. 이병호는 국내에서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건축물 전 과정 평가’를 <숨쉬는 폴리>에 적용하여 준공 후 사용 단계의 에너지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재료와 제작에 투입된 내재 에너지까지 모두 계산해 보여주었다.
2023년 7월 22일 <숨쉬는 폴리>는 트럭에 실려 인천 수피아공장을 출발했다. 이틀 후 새벽 광주 동구 동명동 92-9에 설치되었다. 현장 설치에는 48시간이 걸렸다. <숨쉬는 폴리>는 동명동의 기존 야외 공연장의 무대와 지원 시설로서 지역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장소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