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폴리>의 사람들

건축과 R&D 바래(전진홍+최윤희) 협력 기획 이경미 디자인 박문길,정성오 자문 박문길,정성오 제작 정광우, 함지연 영상 스튜디오딥로드 패션 배여리 그래픽 김민재 프로그램 정림건축문화재단(건축학교) 설치 홍민희 식물 이주연 특별감사 강나래, 강지성, 곽소연, 곽성현, 김인환, 박동준, 얄루, 유명제, 이재선, 장미현, 장승환, 정진욱, 카밀라최, 황현진, 대학생건축과 연합회, 라인시스템

바래의 전진홍과 최윤희

바래는 전진홍과 최윤희가 2014년에 설립한 건축 스튜디오로, 역동적인 도시 환경과 시간에 조응하는 사물의 생산과 순환에 관심을 두고 리서치 기반의 건축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재료 분류 수집 로봇에서부터 키네틱 파빌리온, 장소 조건에 적응하며 형태를 달리하는 입체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2017),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2018)에서 작업을 선보였고, 건축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고찰하며 조립과 공기로 가벼움의 건축을 실험하고 있다. 최근 활동으로는 『어셈블리 오브 에어』(팩토리2, 2021), 한국과학기술원과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에어빔 파빌리온>,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에어 빈>,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에어 오브 블룸, 인해비팅 에어>가 있다.

바래 권서현, 이인애, 장성하, 조예진, 허해인

바래의 디자인 팀원들은 프로젝트 단계에 따라 역할이 달라졌지만, 진행 순서에 따라서 주요 역할을 소개한다. 초기 단계에서 조예진, 이인애, 장성하는 ‘형태가 아닌 재료를 디자인하기’라는 낯선 과제를 안고 좌충우돌하며 프로젝트 기틀을 마련했다. 조예진은 특유의 디자인 감각과 이해력으로 다양한 리서치 정보들을 정리하고 여러 시도를 시각화해가며 구성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인애는 공기와 해조류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물성을 담은 디자인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발전시켰고, 의복 전시 섹션에 필요한 각종 디테일을 끝까지 챙기며 전체 전시 공간 구성을 안정감 있게 잡아주었다. 장성하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모형들을 제작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팀의 이해를 도왔다. 허해인은 <에어 폴리>의 주요 구성 요소들의 제작설계와 감리에 남다른 책임감을 갖고 스튜디오와 생산 현장을 오가며 ‘디자인 & 메이킹’ 속의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며 실물을 빚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권서현은 전시 설치와 철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에 대비한 안전을 전반적으로 챙기며 전시품 아카이빙에 힘써주었다.

홍앤장 예술사무소의 홍민희

홍민희는 <에어 폴리> 구조체 설치와 유지관리를 위한 자문을 맡아 현장에서 설치와 해체를 직접 진행했다. 변화하는 현장의 환경 조건에 따라 예상되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다년간의 국내외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해법을 내놓았다. <에어 폴리>를 실제로 현장에 설치하기 전에 이루어진 두 번의 목업 과정에 참여해 해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물성을 검증하고, 신재료에 대한 위험 요소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홍민희는 전시와 상품의 그래픽 디자인을 주로 다루는 장원호와 함께 홍앤장 예술사무소를 2020년에 설립하여 공간 디자인과 작품 제작 및 설치를 주로 해오고 있다. 활동 중이다. 최근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김희천 개인전 《스터디》, 경남도립미술관의 《추상과 관객》에서 조재영 작가의 작품 설치에 참여했다.

스튜디오 딥로드의 안혜인과 진효문

스튜디오 딥로드는 《에어 폴리-물질의 순환》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세피아 고흥> 전시 영상 작품과 2023년 《순환 도시》, 2024년 《에어 폴리-물질의 순환》의 전시 기록 영상을 제작했다. 2023년 9월부터 바래와 함께 미역을 채취하고 부산물을 거두는 현장을 기록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단계별 제작 과정과 전시 과정 등 전반적인 프로젝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지금은 미역이 자라나는 고흥 풍남항 앞바다의 풍경, 마을 전체가 미역 생산 산업 단지로 변모하는 모습, 미역 부산물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원료로 만들어지고 유닛과 구조체로 탄생하는 과정, 그것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순환의 기록을 담은 중편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스튜디오 딥로드는 안혜인 감독과 진효문 PD가 운영하는 영상 프로덕션으로 2015년부터 창작과 제작의 경계를 넘나들며 커머셜, 전시, 브랜드 필름,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재

김민재는 2023년 《순환 도시》(Circular City)와 2024년 《에어 폴리-물질의 순환》(Air Folly—Material Circularity)의 전시 홍보물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했다. 온라인 홍보와 전시 안내를 위한 인쇄물을 제작했고, 로고에는 재료 실험 연구 과정에서의 기술적 진보와 혁신을 표현하고자 기계미학적인 글자 형태에 순환성의 의미를 담았다. 첫 번째 전시에서는 미역을, 두 번째 전시에서는 ‘에어 필로우’를 주요 이미지로 활용했다. 홍보물의 주요 색상은 미역을 활용한 플라스틱 실험 과정에서 나타난 색상 스펙트럼에서 단서를 얻어 정했다. 타이벡 인트로 안내문, 오브제의 상세 정보 라벨, 작품 캡션, ‘에어 플렌터’ 설명서 등 인쇄물이 관객에게 일관되게 전달되도록 했다. 김민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글 서체 ‘아래아’를 개발 중이다.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의 배여리와 학생들

배여리 교수의 자문 아래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와 협력하여 <블로우 업>(Blow Up)을 전시했다. 이 협력 전시는 강현비, 김예닮, 김현정, 신희주, 아디야 쿨란, 안동현, 위원, 유자선, 이도경, 이사일, 이지우, 임원빈, 장신이, 증친원, 최유준, 최희주, 피환우가 수강한 3학년 전공실기 과목인 패션디자인의 결과물로, 한복의 조형미와 바래가 만든 생분해성 섬유를 디자인 콘셉트로 확장한 수업의 일환이었다. 한복에 대한 체계적인 리서치를 위해 온지음 옷공방에서 전문적인 현장 학습과 특강을 진행했고, 한복 실물 탐구, 바래와의 세미나 등 리서치를 거쳐 총 17점의 의복을 만들어 소개했다. 배여리 교수는 5세 어린이를 위한 ‘미역 우비’ 4점과 식물 가방인 ‘에어 플랜터’도 제작했다. 이 협업은 바래가 개발한 재료를 패션에 적용해봄으로써 일상 활용으로의 확장을 실험한 것이었다. ‘제작-사용-폐기’의 순환 개념을 이어받은 ‘에어 플랜터’는 포장재 없이 식물을 운반 후 화분과 키링으로 재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심다의 이주연

이주연은 <에어 폴리> 구조체에 어울리는 식물을 큐레이션하고 식재하는 작업을 맡았다. 기둥 주변에는 수직으로 올라가는 로즈마리와 아스파라거스 메이리를 배치하여 기둥의 볼륨을 살리고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고자 했다. 한편, 해조 생분해성 원단으로 제작된 식물 가방 ‘에어 플랜터’에는 수박 페페로미아를 담아 줄기의 붉은색이 포인트가 경쾌한 무드를 더했다. 식물 큐레이터 이주연은 벤처기업 에스아이엠지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양재 aT화훼공판장의 ‘식물을 위한 작업실’에서 대중과 소통하며 식물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식물 큐레이션을 교육한다.

마린앤바이오의 정성오

마린앤바이오는 고려대학교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정성오 연구교수가 설립한 회사로 국내 해양 생태계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융합한 해양 바이오의 미래 가치 실현을 비전으로 한다. 미역 부산물을 활용한 해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초 단계로 필요한 초미분체 분쇄 가공과 컴파운드 제조 공정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바래에 자문을 해주었다. 마린앤바이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해양 수산물과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새로운 기능성 물질과 친환경 소재 개발이다. 현재 남해와 서해에서 생산되는 해조 부산물로 친환경 발효 유기농 비료를 개발 중이며, 미역 줄기 부산물을 활용한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바다랑해초랑의 박문길

영어조합법인 바다랑해초랑은 전라남도 고흥군 남해안에 위치한 건조 해조류 및 가공식품을 생산, 가공하여 수출하는 기업이다. 그간 마린앤바이오와 협력해 해조 생분해성 멀칭 필름 개발과 적용 사례를 바래에게 소개했고, 미역 부산물을 활용한 플라스틱 재료의 개발과 생산에 대한 자문을 해주었다. 특히, 생산 공정과 가공 업체들을 소개하고 연결해주며 바래가 해조류 가공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왔다. 고흥 바다에서 수확되는 미역의 75%(15만 톤)가 식용으로 쓰인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약 40%(9만 톤)의 미역 부산물은 바다에 버려진다. 바다랑해초랑은 이 부산물을 수거해와서 미역귀, 미역 줄기, 미역 뿌리를 분리한 후 귀와 줄귀 일부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뿌리와 줄기는 파쇄, 건조시켜 생분해성 필름으로 만들기도 하고, 사출 방식으로 도시락 케이스나 화분 등으로 제품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서경실업의 강지성

서경실업은 지난 30여 년간 작은 명함집에서부터 물놀이 튜브 등과 같이 우레탄, PVC 원단을 가공해서 만들 수 다양한 일상의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왔다. <에어 폴리>에서 새로 개발된 생분해성 원단에 공기 주입이 가능한 ‘에어 리프’와 ‘에어 필로우’를 제작하였다. 공기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고주파 접합 방식과 공기 구조물 특유의 회복력을 지닌 적정한 원단 두께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했다. 특히 처음 다뤄보는 생분해성 원단의 물성과 여러 개의 금형 조합으로 만들어야 하는 까다로운 제작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서경실업팀의 열정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계획했던 형태에 가깝게 구현해 낼 수 있었다.

광명바이오산업의 정광우

광명바이오산업은 <에어 폴리> 구조체의 바닥에 해당하는 ‘에어 부표’ 생산을 담당했다. 전라남도 광주에 소재해 인근 해안가의 전복, 김, 미역, 해삼 등의 양식 기자재 등을 개발, 상용화해오고 있다. 30여 년간 바이오산업에 종사하며 여러 유형의 플라스틱 사출물을 연구하고 개발해온 강소기업이다. 신소재에 대한 남다른 도전 의식과 자부심 덕분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의 물성이 지닌 다른 용융점이나 냉각 시간 및 수축률로 인해 겪게 된 시행착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이번 프로젝트의 여러 난관을 함께 극복해낼 수 있었다. 또한 물에 뜨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부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융착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에어 폴리>는 단순 플라스틱 조합으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에서 양산 가능한 시제품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도원바이오테크의 함지연

도원바이오테크는 국내 최초 생분해성 빨대를 개발한 연구 개발 전문 기업으로 <에어 폴리> 구조체의 바닥에 해당하는 ‘에어 부표’에 사용된 사출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컴파운딩과 3D 프린터 필라멘트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재료공정공학 박사 출신의 함지연은 재료 엔지니어링전문가로 회사 내의 부설연구소에서 미역이 지닌 물성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까다로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각기 다른 가공법에 적합한 배합률로 조절하여 직접 컴파운딩했다. 지난 10년 동안 친환경 소재와 관련된 여러 책임 연구와 상품 개발에 매진하며 쌓아온 기술력 덕분에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인장 및 충격 강도가 약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역을 원료로 삼은 매력적인 ‘에어 부표’를 만들 수 있었다.

정림건축문화재단 건축학교의 김보현

정림건축문화재단의 건축학교 팀은 바래의 《에어 폴리-물질의 순환》과 연계해 <공기 건축-에어캡 쉘터 만들기> 워크숍을 기획했다. 초등학생들이 건축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바래가 개발한 재료로 지구의 부담을 덜어주는 가벼운 셸터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파빌리온과 폴리의 개념을 통해 임시 건축물에 대해 공부하고, 바래의 ‘에어캡’(air cap) 모듈로 실제 공간도 만들었다. 건축학교는 건축이 가진 인문학, 공학, 예술 등 여러 영역을 통합한 ‘건축을 통한 교육’(learning through architecture)을 기치로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교육 사업이다.

이경미

이경미는 2023년 《순환 도시》에서 2024년 《에어 폴리-물질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전시를 바래와 협력하여 큐레이팅하고, <블로우 업>이나 ‘에어 플렌터’ 등 전시와 연계된 협업 프로젝트 기획과 운영에 참여했다. 지금은 이번 프로젝트의 지난한 과정과 치열했던 고민을 기록한 출판물 제작에 함께하고 있다. 해조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재료 실험과 개발부터 <에어 폴리> 구조체에 적용되는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바다로부터’, ‘착한 비닐’, ‘다시 삶으로’라는 시퀀스로 구성해 연속성 있는 전시 형태로 고안했다. 또한 작업을 발표하는 대상지와 관객층에 따른 전시 어법을 고민하여 이를 전시 홍보물에 녹여내기도 했다. 이경미는 금호미술관 학예실에서 8년간 근무했고, 2016년부터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시각예술 연구 플랫폼 Public Public의 공동 디렉터이며, 로컬리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 공동체’, ‘에너지 전환’ 등의 사회적 이슈를 예술가들과 다학제적이고 참여적인 예술 활동으로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