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R&D 어셈블 + BC + 아틀리에 루마 R&D 윤정원 / 생산 큐레이터, 김형기 / 조선대학교 건설재료연구실, 서울시립대학교 TAD Lab 제작 지원 드림라임, 클레이맥스, 고령기와, 세진플러스, 홍익휴먼스 시공과 설계지원 스튜가하우스 + 어반소사이어티 + 송련재, 일신공예사, 현진건축, 한옥사랑 조경 김시월공예연구소, 장지방, 가라지가게, 스튜디오 오유경 3D 스캔 & 모델링 테크캡슐
어셈블은 런던을 기반으로 건축, 예술, 디자인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한다. 건물을 짓고, 가구와 외장을 제작하고, 예술 작품을 만들고, 정원을 조성하고, 전시와 행사를 기획한다. 기존 자원을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인프라로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조직을 세우기도 한다. 사무 공간을 기획, 설계, 건설, 관리하고, 강연과 강의를 하며, 연구 내용 출판도 한다. 2010년 친구들끼리 모여 자가 건축 프로젝트를 하며 설립한 어셈블은 조직이 여러 차례 변화해왔다. 어셈블은 함께 일을 하며 토론, 협업, 합의를 중시한다. 다양한 활동과 사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도시 내 경공업 공간이나 아이들의 놀이 공간 같은 특정 영역에 전문성을 더하는 연결망 속에서 움직인다. 어셈블은 재료를 탐구하고, DIY 실험을 하고, 제작자, 과학자, 산업 파트너와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디자인을 시대의 환경, 사회, 경제 문제에 대응하는 도구로 본다. 건축, 건설, 건조 환경이 오늘날의 많은 해롭고 불공정한 관행에 연루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좋은 실천 양식, 비판적 성찰, 실질적 사례로 대응한다. 현재를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고, 모두에게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런 정신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어셈블의 제임스 비닝과 마크 가비넌이 주도해 이코한옥에 함께 참여했다. <이코한옥>은 건조 환경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사고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건축 재료와 시스템의 재평가를 넘어 건축이 공유의 환경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전반적으로 재고하였다. 처음부터 결과보다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갖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자 했다. 이전의 광주폴리 대부분은 도시의 거리와 공공공간에 설치물이다. 결과 위주의 파빌리온을 탈피해서, 새로운 재료와 전통 건축 방식을 결합해 한옥을 복원하였다. 건축물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재료의 활용 방식을 개발, 시험하였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을 통해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BC architects & studies & materials는 건축, 연구, 그리고 재료 혁신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벨기에를 기반으로 지역 자원과 공예를 현대적 설계 관행에 통합하는 데 집중한다. BC는 건축이 환경과 건축이 속한 공동체에 응해야 한다는 믿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철학으로 영국의 어셈블, 프랑스의 아틀리에 루마와 함께 이코한옥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코한옥은 한국 전통 건축이 지역에서 조달한 친환경 자재로 어떻게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를 탐구할 특별한 기회였다. 다양한 전문성을 결집시킨 BC는 건축 서사와 설계 실행을 이끈 로렌스 베케만스와 요한 후베르가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 역할을 했다. 로렌스는 BC의 총괄 프로젝트 리더로서, 전체 방향을 조율하며 BC 팀의 공동 가치와 광주의 문화적 맥락에 맞는 서사를 구축했다. 요한은 설계와 세부 실행에 집중하며 어셈블의 마크 가비건, 아틀리에 루마의 헤나 버니, 어번소사이어티의 박기찬, 이영민과 협력해 디자인을 실현했다. 지역의 생태적,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자재 개발이 BC 팀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BC 재료팀의 켄 드 쿠먼과 마릴리스 트란은 흙, 해조류, 굴 껍데기 등 지역 자원을 혼합해 플라스터, 페인트, 압축 블록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런 새로운 자재 개발은 아틀리에 루마, 지역 장인, 산업 파트너, 조선대학교의 김형기 교수, 서울시립대학교의 윤정원 교수, 그들의 대학원생들과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그 결과 한옥 복원 과정에 지속 가능한 실천을 부각시키는 자재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한국 팀과의 협력은 BC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생태 지역 설계 접근법에 대한 철학을 성찰하게 된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 협업 과정의 다양한 입장은 생태 지역 방법론의 깊이와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오늘날 건축 문화에서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이는 집단적이고, 다학제적이며, 지역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노력으로 건축을 실천할 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었다. 이코한옥은 건축에서 생태 지역주의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지역 환경과 세계적 디자인 사고를 연결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문화적 맥락에 뿌리내린 공간을 만들어냈다. 건축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 장소, 자원, 공동체의 서사를 엮어내는 일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광주의 교훈은 앞으로 BC가 아름답고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22년 여름, 어셈블, BC, 아틀리에 루마는 루마 캠퍼스의 Lot 8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회의 중에 제5회 광주폴리 총감독 배형민이 각 팀에 개별적으로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건축 프로젝트에서 세 팀이 협업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큐레이터가 이 세 팀을 동시에 후보로 선정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사실 이들은 몇 년 동안 상호보완적으로 생태 지역적 접근법을 건물 전체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배형민 총감독의 섭외 연락을 협업의 인연이 이어가라는 징후로 받아들였고, 다 같이 줌으로 삼자 협력 참여 의사를 전했다. 이후 몇 달 동안 우리는 한국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광주와 주변 지역에서 생태 지역적 접근법을 재정의하며 실행해가기 시작했다. 어셈블, BC, 아틀리에 루마는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아틀리에 루마는 생태 지역적 접근법을 개척한 팀이다. 특정 지역을 구성하는 여러 문화적, 환경적 층위를 조사, 분석하고, 디자인을 통해 저평가된 자원에 새 용도를 부여하기도 하고, 농부와 건축가, 장인과 대학 실험실 사이를 전에 없던 방식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원과 디자인은 실제 환경 안에 구현되며 현실에 적용된다. 아틀리에 루마 세 명의 멤버, 다니엘 벨, 헤나 버니, 산드라 레불타 알베로가 광주폴리 팀에 합류했다. 헤나와 다니엘은 각각 제품 디자인과 건축을 전공했으며, 아틀리에 루마의 방법론을 한국 맥락에 새롭게 적용하는 데 필요한 경험이 풍부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이들은 건축 재료 연구에 참여한 산드라를 도와 굴 껍데기를 건축 재료로 만드는 초기 테스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했다. 헤나는 여러 재료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티아고 알메이다(디자이너 겸 목수)와 악셀 기세로(섬유 디자이너) 등 다른 루마 멤버들이 짧은 기간 합류해 해조류 압축 패널, 가구, 카펫을 디자인하는 일을 도왔다. 아틀리에 루마는 이코한옥에서 두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에 참여했다. 하나는 어셈블, BC, 한국 파트너들과 협력해 프로젝트의 개념적 틀을 세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BC 매터리얼과 지역 파트너들의 지원 아래 재료 연구를 진행하고, 루마의 생태 지역적 접근법이 광주의 지역 맥락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김형기 교수는 <이코한옥>과 이토 도요 팀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순환폴리>의 재료 개발과 더불어 시공 및 구조 등 건축공학 영역에서 협력하고 자문했다. 그의 도움 덕분에 <순환폴리> 기획팀이 BC 머티리얼과 동경예술대의 가나다 교수와 재료의 구성, 시공, 구조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었다. 김형기는 2013년부터 조선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시공재료를 가르치며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한 건설 재료의 실용화를 연구해왔다. 특히 패각 석회, 건설 폐기물, 슬래그 같은 무기 부산물을 활용해 구조적으로 적용 가능한 콘크리트와 모르타르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한다. 지오크리트를 활용하려는 이토 도요의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 국내 전문가로 합류하면서 <순환폴리>와 인연을 맺었다. 평소 기술적 논리와 경제성만으로 부산물 활용 건설 재료의 사용 확대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때기도 했다. <순환폴리>라는 선언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 그는 <순환폴리>가 우리나라 건설 재료 사용의 다양화에 마중물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Abel Shiferaw, Gebremicael Liyew, Minwuye Mesfin, 전상민은 조선대학교 건축공학과 건설재료 연구실 박사과정 학생들로, <이코한옥>에 사용된 벽돌의 내구성 및 강도 실험, 순환 골재 섭외를 담당했다. 외국인 학생 세 명은 에티오피아 유학생으로, 어샘블, BC, 루마와의 협의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2023년 11월 <이코한옥>에서 진행한 <재료 실험실> 행사에서는 패각 벤치 제작을 협력하기도 했다. 전상민은 건설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실험과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을 준비했다. 건축공학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해외 건축가, 연구자들과 나란히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전문가로서나 앞으로의 진로에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서울시립대학교 TAD Lab은 Transdisciplinary Architectural Design을 지향하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윤정원 교수가 지도하는 연구실이다. TAD Lab은 <이코한옥>과 <옻칠 집>과 관련된 재료 개발, 적용 실증 리서치, 실험, 재료 수급 등을 지원하고 진행했다. 당시 석사 연구생 방유섭, 최석원은 2023년 <이코한옥> 생산 워크숍에 참여해 다시마 패널 생산 실험을 보조했다. TAD Lab은 프로젝트 기반의 건축 설계에 물리적 환경, 사회적 관계, 생태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다학제적으로 접근한다. 주요 연구 영역은 재활용 재료, 스마트 재료, 생태 바이오 재료 등이 있으며, 2014년부터 관련 기술과 응용에 관한 연구 및 디자인-빌드 통합 적용에 주목해왔다. 2017년부터는 3D 프린팅을 통한 다양한 재료의 건축 요소 프로토타이핑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특허 및 디자인 등록을 축적하는 중이다. <순환폴리> 참여를 통해 기존 디지털 및 바이오 재료 영역뿐 아니라 전통 및 토속 재료로 관심 범위와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새로운 연구와 실험 주제로 이어가고 있다.
고령기와는 국내 1위의 한식 토기와 전문업체로서 72년 동안 궁궐, 사찰과 주요 건축물에 기와를 생산, 공급해 왔다. 전 공정을 최첨단 설비로 자동화했으며, 기술 개발을 통해 신한옥기와, 내진기와 등을 개발했고 성능인증 제품 및 혁신 제품으로 지정받는 등 국내 점토기와의 품질 수준을 선도하는 데 노력해왔다. <이코한옥>에 사용된 유약은 기존에 없던 전복 패각을 이용한 유약이라 기술 개발에 전념해온 고령기와 기술연구소에서 유약 담당을 했던 김태형 부장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배합 과정에서 나오는 패각의 분진과 특유의 냄새로 어려움이 있었고, 유기물과 무기물의 혼합으로 인한 다량의 거품은 유약과 기와 소지와의 흡착을 방해해 소성 후 패각과 유약의 분리가 일어났다. 하지만 끝내 적절한 유약 비율과 맞춤형 소성 컨디션을 찾아 제품을 생산, 공급했다. 현장에 올려진 지붕은 그간의 고된 기억을 즐거운 과정으로 바꿔주었다.
드림라임은 여수 앞바다에서 올라오는 꼬막을 원료로 위생 물품부터 화장품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선두 기업이다. 2003년 설립한 드림라임은 김창경 대표이사를 필두로 기술책임자인 신희중 상무이사가 20년 동안 패각 연구와 생산에 전념해왔다. 천연 칼슘 원료인 꼬막 패각은 대장균, 농노균, 포도상구균에 놀라운 항균작용을 한다. 조개껍질의 염분, 이끼, 찌꺼기 등을 화학 첨가제 없이 세척하고, 나노미터 수준의 고운 입자로 정밀 가공해 위생물품을 개발해 왔다. 초기에는 <이코한옥>에 굴 껍데기를 활용하려 했으나 그에 맞는 수급, 유통, 가공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드림라임의 꼬막 패각 순환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코한옥>에 다양한 패각류 석회를 공급했다. 패각 벽돌과 패각 성분의 유약 기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실험적인 미장 작업 과정에서도 필연적인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발생한 추가 비용을 감내하며 패각 석회를 꾸준히 공급해준 덕분에 <이코한옥>의 패각 석회 자재 개발이 가능했다. 여기에는 서울시립대학 윤정원 교수, 어반소사이어티 이영민 대표, 박기찬 소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도움도 컸다.
세진플러스는 창신동의 의류 사업을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했다. 저탄소, 친환경 경제에 부응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섬유 폐기물을 활용한 친환경 섬유 패널을 생산, 제조하는 데 주력해왔다. 현재 공공기관 및 비영리단체에 섬유 패널을 공급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난연 성능을 확보하고, 기존 건축 자재를 대체할 단열성 및 흡음성이 우수한 섬유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섬유 패널 생산 과정에서 유해 접착 성분이나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폐섬유로부터 원료를 추출하여 견면을 생산한 후 가열-압축-냉각을 통해 고밀도 섬유 패널 제품을 제조한다. 세진플러스는 <이코한옥>의 다시마 패널 생산 실험을 위해 2023년 11월 진천 공장에서 1차 제작 실험을 진행했는데, 제작 규격이나 재료 성질이 섬유와 달라 별도의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서울시립대 윤정원 교수, 람트의 서태욱 대표와 논의해 다시마 패널 제작용 지그를 제작했고, 아틀리에 루마의 헤나, 서울시립대의 방유섭, 최석원 학생과 함께 제작 실험을 진행했다. 다시마와 물의 반죽이 고온 상태에서 방출하는 수증기로 인해 지그가 휘어지기도 했고, 지그의 무게와 날카로운 모서리로 인해 컨베이어의 테플론이 찢어지는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료 샘플들을 받아 동대문 시장 일대 의류 프레스기 제조업체와 논의하고, 람트와 가열-냉각 일체형 장비 제작을 협의해보았으나, 기술적, 경제적 문제로 여의치 않았다. 뜻깊은 참여와 의미 있는 연구 과정이었으나, 실제 제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클레이맥스는 전통 재료인 흙을 자원화해 현대적인 무 시멘트 고강도 흙벽돌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코한옥>의 라임 벽돌 생산을 위해 원자재 입고 검토부터 생산, 양생, 강도 테스트, 제품 출하까지 맡은 업무를 수행했다. 생산을 시작했을 때와 원자재의 생산 및 입고일이 달라 원자재 배합의 수화반응이 예상보다 오래 걸린 문제점이 있었지만, 생산에 참여한 기술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능력으로 빠르게 대처했고, 문제없이 기간에 맞춰 라임 벽돌을 납품했다. 제천시 송학면에 소재한 클레이맥스는 친환경 건설자재 제품 개발 및 자연 순환을 위한 빗물 침투 저류조를 생산하는 친환경 제품 전문기업이다. 흙 콘크리트 기술 분야 석박사들이 모여 국책 과제 연구와 실험 생산을 통해 개발한 세계적인 고강도 흙 콘크리트 기술로 많은 특허를 갖고 있다. 건축, 문화재 복원, 조경, 토목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흙 건설 자재를 생산하며, 천연 재료인 흙을 실생활에 접목해 자연 커뮤니티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홍익휴먼스가 운영하는 전복 패각 자원화 센터에서는 전복 껍데기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주 생산품은 특유의 영롱한 빛을 자랑하는 한국의 전통 자개의 소재와 전복 껍데기 칼슘제다. <이코한옥>에 적용된 전복 패각 플라스터의 연구 개발 과정에 사용된 전복 껍데기는 완도의 청정한 바다에서 생산되는 참전복의 양식과 가공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예로부터 전통 자개를 이용한 나전칠기의 주원료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바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복 산업이 조기 수확 중심으로 변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전복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판 자개 대신 고운 알갱이 형태의 자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전복 껍데기 재활용 제품의 판로 확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김갑봉 대표가 이끄는 스튜가하우스는 한옥에서 서양식까지 다양한 목구조 방식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오랜 기간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설계와 시공을 실현하는 팀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코한옥>의 기존 한옥의 상태는 심각했다. 주어진 짧은 공사 기간에 맞춰 함께 난관을 풀어갈 팀을 꾸리는 것이 스튜가하우스의 관건이었다. 김갑봉은 먼저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흰개미와 습기에 의한 피해를 풀어줄 전문가로 궁궐 건축과 일반 한옥 수리에 경험이 많은 송련재 조재량 도편수를 섭외했다. 그리고 패각 같은 특수한 재료와 시방을 들고 온 어셈블, BC, 루마와 소통하면서 시공까지 소화할 수 있는 어반소사이어티를 섭외했다. 송련재와 어번소사이어티가 협업하여 한옥 골조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나자 처음의 심란한 상태가 정리되었다. 이어서 김갑봉은 어반소사이어티와 호흡을 맞춘 협업 팀들이 각자의 역할과 일정을 유기적으로 협의, 조율해서 밀도 있게 공정을 끌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코한옥>은 좋은 팀들이 다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이영민과 박기찬이 이끄는 어반소사이어티는 소셜 플레이스 메이커(social place maker)를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2020~2022년 3년 연속 서울시 사회적 경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미네르바대학교 서울캠퍼스, 서울시 정신건강 통합센터, 신풍휴게소 EV충전파크 등 사회적 이슈를 담지한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도시는 옛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 쌓는 곳이 아니라 기존의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또 하나의 시간을 덧댄다는 신념으로 신축보다 재생에 더 관심을 두고 디자인한다. 어반소사이어티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성과가 <이코한옥>에 스며 있다. 기와 한 장, 문고리 하나에도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자연과 조화시키려는 고민과 의지를 관철했다. 해양 폐기물로 재탄생한 <이코한옥>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공정들이 교차했다. 각 공정에 참여한 많은 기술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 협조한 덕분에 좋은 결과로 원활하게 마무리되었다. 폐가였던 한옥이 다시 살아나는 광경을 보면서 모두가 함께 감탄했고, “여기서 살고 싶다”고 하는 이웃들을 보며 팀은 또 한 번 큰 보람을 느꼈다.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할 때 가장 큰 과제는 구조적인 안전과 디자인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일이다. 부재의 단면 크기와 상태, 허용 응력 등이 수리 공사 후 건축물의 수명, 옛것과 새것의 공존을 좌우한다. 집이 지어질 당시와 수리할 때 재료에 대한 생각과 기준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수의 고민도 늘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코한옥> 현황을 자세히 조사해보니, 건물의 전면 좌측에서 기초부의 침하가 심했고 주요 구조 부재는 흰개미 피해를 입었거나 심하게 부식되어 있었다.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부재들도 단면 크기가 작아 지붕 하중에 의한 변형이 크게 진행되어 대부분 재사용이 어려웠다. 부실한 목구조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철을 사용한 구조보강이 필요했다. 레이저 가공한 철판을 나사못으로 목부재와 일체화시켜 부재의 변형과 휨, 찌그러짐에 대응했다. 종도리 상부에는 철제 형강을 설치하고 도리와 추녀의 접점에 맞춤형 철물을 용접했다. 이들을 다시 추녀에 볼트로 접합하여 초과 하중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지붕의 끝, 마룻대와 이를 받치는 중도리 열과 주심도리 열의 직사각형을 네 모서리의 추녀로 연결하는 입체적이고 견고한 삼각형 구조의 지붕틀을 완성한 것이다. 부실한 목구조에 대한 고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침하된 초석을 들어 올리고 기울어진 기둥을 바로잡는 등 목공사를 하는 동안 동명동 여기저기서 숱한 꽃들이 피어났다. 길가 화분에서, 식당 가는 길에 마주치는 이웃들의 화단과 담장에서. <이코한옥> 마당에서도 연분홍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봄 한 철을 광주에서 보냈다. 작업을 이끌고, 기획하고,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현진건축은 주로 국내 문화재 시설의 미장 시공을 해오다가 이번 제5차 광주폴리에 참여해 새로운 미장 기법과 미장 레시피에 도전하게 되었다. 평소 새로운 기법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황토 플라스터에 스피룰리나가 들어간 마루 작업은 큰 도전이었다. 여러 차례 실험 끝에 어느 정도 원했던 색상을 만들어냈지만,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물 때문에 스피룰리나의 색이 변하는 난관을 맞았다. BC와 아틀리에 루마와 협의한 끝에 보완 방법을 찾고 다시 원래 색깔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완벽히 실현하지는 못했다. 다른 방에 쓰인 굴 패각과 전복 패각 미장은 바탕만 튼튼하다면 현실적으로 보급 가능한 재료임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특히 굴과 전복 패각 조각이 보이는 스폰지질 기법은 재료의 독특한 빛을 반사하면서 공간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유럽 팀이 원래 레시피를 끝까지 고집하지 않고 한국 현장 팀의 오랜 경험을 존중하고 한국 기후에 맞게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간 것도 <이코한옥> 작업에서 얻은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화장실 벽면의 스피룰리나 마감을 현진건축의 요구에 따라 다른 레시피로 교체했는데, 이것은 건물 유지 보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이었다. <이코한옥>은 현진건축에 새로운 미장 기법을 경험하게 해준 뜻깊은 작업이었다.
일신공예사는 국내외 한옥과 문화재 복원의 창호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공방이다. <이코한옥>에서의 작업은 김도현 소목이 기존 창호 보수와 새 창호 제작을 맡았다. 창호 목재의 수종은 국내산 소나무 육송이 사용되었다. 문살에는 2년 이상 건조된 육송을, 틀이 되는 울거미에는 5년 이상 자연 건조된 육송을 사용했다. 기존 창호를 보수하는 작업은 80%의 수작업과 20%의 기계작업으로 진행이 되었고, 새 창호 제작은 70%의 기계작업과 30%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창호의 한식 장석은 철 대신 신주를 사용해 녹이 생기는 것을 차단했다. <이코한옥>에는 전통 창호뿐 아니라 현대식 목 창호도 있기 때문에 단열을 고려해 설계가 되어 있다.
한옥사랑은 50년 경력의 조수연을 중심으로, 45년 경력의 두 장인, 18년 경력의 박은욱, 10년 경력의 재단사, 이렇게 다섯 명으로 구성된 공방이다. 이들은 전통 한지 전문 도배 팀으로 궁궐 등 중요한 전통 건축 프로젝트에 오랫동안 참여해오고 있다. 50년 경력의 조수연은 처음 접해보는 성격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생겨 바쁜 일정을 조율하여 참여했고, 나중에는 시민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다. 작업 과정에서 한옥사랑 팀은 <이코한옥>을 짓게 된 이야기부터 벽돌과 기와를 만든 과정, 다양한 미장 실험, 한지를 만드는 과정 등을 자세히 듣게 되었고, 뜻깊은 취지에 공감하며 작업해주었다. 궁궐이나 유명한 사람의 별장 등 긴 세월 다양한 작업을 해온 이들이 환경에 대해, 환경과 집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시월공예연구소는 세라믹 기술을 활용해 <이코한옥>의 특별한 건축 재료를 만들었다. 건물의 담장 기와, 우물, 굴뚝, 화장실 바닥 타일 등의 자재는 골동 기와를 재활용했고, 표면의 유약 재료에 광주 지역의 굴과 전복 패각을 섞어 사용했다. 지역 재료와 재생자원을 활용하는 <순환폴리>의 취지에 맞춰 도예가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법을 활용해 스튜디오 공예 작업의 개성 있는 미감을 더했다. 건축과 공예는 물성을 알맞게 완성함으로써 편의성과 아름다움을 확보한다는 공통된 목적이 있지만, 공간과 재료의 규모에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스케일을 다루는 공예가는 모든 과정에 스스로 참여해 과정과 결과의 의미를 선언한다. 이런 특징이 공예 작업에 ‘사람다움’이라는 정체성을 불어넣는다. <이코한옥>의 취지와 방향에 손을 보태며 새로운 배움과 보람을 얻었다.
가라지가게는 일상적인 재료를 가지고, 잘 쓰일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되, 제작공정을 단순화하여, 알맞은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한 물건을 만들고 있다. 그러한 재료중의 하나가 자작나무 합판이다. 결이 아름답고, 내구성이 좋고, 막대기로 만들어 수납장, 책장, 의자, 테이블 같은 가구를 만들고, 남는 자투리로 소품들을 만듭니다. 막대기는 기본적인 조형재료로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고, 가벼우며,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자작나무 막대기로 만든 빼빼가구는 가볍고 튼튼하며, 그 여백이 만드는 간결한 삶의 방식은 가라지가게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철학과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코한옥>의 작은 부엌 가구다. 아틀리에 루마가 시험 제작한 원형 해초 판넬을 합판에 심고 가벼우면서 견고하고, 소박하면서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었다.
스튜디오오유경은 패브릭을 기반으로 상품과 아트워크를 기획, 디자인, 제작하는 스튜디오다. 전통 섬유 제작 방식과 복식을 공부한 최리나 디자이너와 함께 아틀리에 루마가 제안한 쪽 염색 누비 카펫을 <이코한옥>에 구현했다. 한국의 전통 염색 방식 중 하나인 쪽 염색은 전통 천연 염색가 홍루까가 맡았다. 202×319cm의 대형 카펫을 만들기 위해 세 번의 쪽 염색을 한 무명 원단에 일정한 형태를 반복해서 배열, 결합해 큰 크기를 제작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이코한옥>에 원료로 사용된 굴과 해초류를 형상화한 디자인은 네 번의 시민 워크숍을 통해 40명의 시민들과 함께 작업했고, 이런 공동 작업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한국 공예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장지방은 경기도 가평 청평면에 위치한 전통 한지 공방이다. 1800년대 후반 증조부 장경순으로부터 전수받아 140년 동안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아버지인 3대 한지장인 장용훈(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117호)에 이어 현재 대표 장성우(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에 이르기까지 4대째 전통 한지를 만들어오고 있다. 장지방의 한지는 종이 면을 다듬질해 평활도를 높이는 것인 큰 특징 중 하나다. 장지방은 아틀리에 루마에서 제공한 다시마, 미역, 스피룰리나를 건조, 분쇄한 원료를 전통한지 제작 원료에 혼합해 <이코한옥>에 쓰인 한지를 제작했다. 제작된 한지는 한옥의 기존 창틀과 문을 정돈한 후 고르게 펴 발랐다. 해조류의 입자감이 살아 있고, 향이 자연스럽게 풍긴다.
테크캡슐은 공간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다양한 공간 자산이 디지털 기법으로 축적, 유통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여기서 비롯되는 공익을 추구한다. 테크캡슐의 황지은, 신종혁, 이다영, 방나영이 참여해 <이코한옥>의 변화 모습을 기록하는 과업을 맡았다. 광주 동명동에 위치한 <이코한옥>은 방치된 도시 한옥이었다. 실험적인 프로젝트지만 엄연한 건축 행위로서 동명동과 광주를 구성하는 도시 조직 안의 요소이기에 <이코한옥> 전과 후의 맥락은 건축적 개입과 도시의 진화 과정으로서 의미가 깊다. 테크캡슐은 이 전후 맥락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 한옥의 원형, 재활용되는 목조 구조체, 새로운 재료로 마감하는 완공 장면, 이렇게 세 단계를 3D 스캔하여 기록했다. 디지털로 존재하는 과거의 기록과 이력이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투영하는 렌즈가 되기를 기대한다.
반형진과 정주영이 이끄는 안팎은 2019년 설립 후 안과 밖, 일상의 모든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가치를 견지한다. 많은 사람이 찾는 대형 공원 설계부터 업무 및 상업 시설, 개인주택 정원의 외부 및 실내 정원 같은 중소형 공간의 설계와 시공까지 진행하며 전천후 공간 전문가 집단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통해 조경의 가치를 사람들과 나누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안팎은 <이코한옥>에서 조경 실시설계와 현장시공 및 관리를 맡았다. 반형진은 <이코한옥>의 조경을 VNH와 함께 어셈블, BC, 아틀리에 루마와 협의한 기본 방향에 따라 현장을 조율하고 시공을 진행했다. 특히, ‘순환’이라는 주제를 조경으로 풀기 위해 현장 자재의 재활용과 지역 자재 사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김재현, 홍지민은 기와 포장을 위해서 무더위 현장에서도 다양한 형태를 실험하며 디테일을 챙겨주었다.
VNH는 공공 영역과 조경 설계를 탐구하는 사무소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조경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력을 바탕으로 신다영과 이상훈이 2024년에 설립했다. 이번 제5차 광주폴리에서는 둘레길 조성과 더불어 조경 설계가 중요한 요소로 기획되었다. VNH는 그중 <이코한옥>과 <옻칠 집>의 조경 설계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을 맡았다. <이코한옥>의 조경은 재생과 순환이라는 전체 주제에 동조하기 위해 사이트의 기존 맥락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을 취했다. 사이트에서 나온 각종 재료를 다시 배치하고 활용하는 세심한 노력으로 기존 마당 바닥 콘트리트 일부를 존치했고, 한옥에서 나온 구들장을 마당의 디딤석으로 재활용했다. 또 사이트에서 나온 다양한 크기의 돌은 한옥 마당과 골목을 이어주는 계단으로 재탄생했다. <옻칠 집>의 조경은 구조물이 이질적이지 않게 주변 환경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사용할 <이코한옥>의 마당과 공영 주차장의 쉼터 구실을 하는 <옻칠 집>의 진입로는 VNH가 추구하는 공공 조경의 표본이다.